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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내림 받은 예비 시누 때문에 결혼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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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로 31살이고, 남자친구는 33살입니다.

원래 상견례는 5월에 하기로 하고 잠정적으로 3월에는 결혼할 생각이었어요.

남자친구 아버님네 회사에서 제공하는 웨딩홀이 있어서 가예약 마친 상태였구요.

그런데 어제 예비 시누이 때문에 너무 소름끼쳐서 남자친구한테는 헤어지자고 했는데

헤어지진 말자고, 제가 원하면 결혼은 얼마든지 미뤄도 된다고 붙잡아서 보류 상태에요.

좀 길어도 읽어주세요... 제가 그동안 믿던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완전 다른 세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같습니다..


저번 1월에 코로나 번지기 전에 예비시댁에 처음 인사를 갔어요.

남친은 12월에 저희집에 와서 이미 결혼 허락을 받은 상태였구요.

그때까지만해도 남친 집에 신내림 받은 무당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남친은 무교라고 알고 있었고, 인사갔을때 집에 그 흔한 불상? 부적? 암튼 그런것도 없었거든요.

어머님이 정말 정성스럽게 굴비, 잡채 등 한상 차려주셔서 그때까지만 해도 시댁 잘만났다.. 했어요.


단지 하나 걸렸던건, 그 자리에 남친의 누나가 있었는데 저를 정말 뚫어져라 보더라구요.

아니 정확히는 저를 보는게 아니라 제 어깨너머..? 겨드랑이 사이..? 정수리 위?

이렇게 주변을 살펴보는 듯한 느낌... 어색해서 시선 둘곳을 못찾나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밥 먹기전에 한 20분 서로 인사하고, 선물 드리고 하는 동안

별 말 없이 제 주변만 살피다가 어느 순간부터 안색이 아주 안좋아지더라구요.


그러더니 말 없던 사람이 밥 먹기 시작하면서 폭풍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많았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것만 몇개 적어보자면

- 윗대의 어르신 중에 무관이셨거나 운동선수였던 분이 계시느냐.

> 맞다. 장군출신 조상이 계시다.(이건 제가 키가 크고 골격이 좀 있어서 물어보시는 건 줄)

- 부모님이 사람 살리는 일 하시느냐

> 엄마가 산후조리원에서 근무를 좀 오래 하시긴 하셨는데.. 의료 종사자는 아니시다.

- 어려서 이사를 많이 다녔는가. 지금 터(집 아니고 터랬음)에 살면서부터 건강이 좋아졌지?

>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만 3개 다녔다. 그냥 전세계약 끝날때마다 2년마다 한번씩 옮겼다. 어릴때 좀 몸이 약해서 개근상을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큰병은 없어도 많이 앓긴 했다. 고등학교 가면서부터 지금 집에 살았는데... 그냥 다 커서부터 좀 건강한 체질로 바뀐거 같긴 하다..?

- 내 동생 혹시 물 있는데서 만났는가?

> 취미로 화실 다니면서 만났다... 수채화도 물이라면 물인가?ㅎㅎ(근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화실이 강원도 바닷가가 보였음)


이런 질문들을 정말 시부모님 말씀 하실 틈도 없게 쏟아냈었느데 남친 아버님이 말리시면서

그만하고 밥부터 먹으라고 말을 끊어주셔서 그때부터 시누이도 질문을 멈췄어요.


그 자리 끝나고 남친이 집에 데려다주는데... 갑자기 얘기 좀 하자며 카페로 가더니

그때 말해줬어요. 자기 누나가 신병 앓은지는 2년... 신내림 결국 받은지는 2개월 됐다고..

혹시 오늘 누나가 질문했던 것들이 언짢은 부분이 있었다면

누나대신 자기가 사과하고, 원하면 누나한테도 직접 사과하게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솔직히... 예비 시부모님 두 분 다 너무 점잖으시고 누님 질문이 좀 생경하긴 했지만

기분 좋게 마무리 된 자리라 아~ 그래서 그런 질문들을? 하고 깨달은거지 기분 나쁘진 않았어요.

저는 무교인데, 그냥 종교는 다 사람들이 만든 문화? 사회? 라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생각해서

그다지 선입견도 없었거든요. 저한테 강요한다면 싫겠지만.


그래서 기분 나쁠 거 없었다고 하고 그날은 집에 잘 들어갔고

그 후로 어머님이랑 간혹 전화하면서 결혼에 관해 상의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4월 5일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안받았더니 바로 문자가 왔어요.

남친 누나였고 너무나도 정중하고 긴 문자로

꼭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제가 불편하거나 바쁘지 않으면 잠시만 시간 내달라구요.

제가 원하는 장소로 올테니 어디든 말만 하라고 까지 하면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만나서 할 이야기라며, 미심쩍고 의뭉스러워 보이는 거 알지만

남친한테는 말하지 말고 둘이서만 보자고. 아니 사실 남친한테 말한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그저 둘이서만 만나서 잠시만 이야기 하자구요.


결국 그 다음날인 월요일에 점심 때 근처 번화가에 카페에서 만났어요.

점심이라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 밥은 됐다면서... 밥 먹으면서 할 얘기 아니라고..

평일 점심때였고, 근처에 회사가 많지도 않은 술집많은 번화가에 있는 카페라 한적해서

진짜 카페에 저희 두 사람 밖에 없었어요. 근데 남친 누나가 한참을 저를 쳐다보다가

목구멍까지 할말이 올라왔다가 다시 삼키고 하는 행동을 하더니... 결국 하는 말이


내 남동생이랑 결혼하지 마요. 그래야 OO씨가 살아요.


근데 그 표정이 너무... 너무 진짜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표정 있잖아요.

너무너무 기분 나쁘고 소름끼치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참 그 표정이..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사실 제 남친한테는 안좋은 귀신이 붙어 있대요.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면 남친한테 더 안좋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장시간 공을 드려야 한다고.

그 귀신은 남친의 증조 할아버지의 본처... 하지만 그 귀신은 딸을 낳았으나 일찍 죽었고

아들을 낳지 못해 결국 쫓겨났고 지금의 자손들은 후실의 자손들이라구요..

그래서 그 본처가 귀신이 돼서 이 집안 남자들한테 붙어서 대를 끊으려고 악에 받쳐 있다구요..

남친이 3대 독잔데, 진짜 온 친척 통틀어 이 집에 각 대마다 남자가 하나씩 밖에 없다고...

그나마 대를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남자들이 결혼한 여자들이 기가 쎄면서도 너그러운 성품들이라 조상들이 한 맺힌 귀신한테서

여식들을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남친의 할아버지는 결혼을 세번 하셨대요.

첫번째 결혼은 남북 분단되면서 생이별 하셨고, 두번째 분은 사별하셨고, 

세번째 할머니가 남자친구의 아버님을 낳으신 할머니시라고...


그러면서 저한테는 조상이 무관이어서 자손을 지키는 방식이 다소 호전적인 기운이라며

누구랑 만나도 시원시원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며 잘 살 사람인데

제 남친한테 붙어 대를 끊으려고 혈안이 된 귀신과는 하필이면 상극이라구요.

보듬고 품어서 힘을 빼놔야 하는 한맺힌 귀신인데 자꾸 싸우고 찢어 놓으려고 하면

더 악에 바쳐서 저를 해할거라면서... 남친이 아니라 제가 죽을거래요.


여기까지 듣고 있자니 진짜 제 머리가 다 울리는 것 같고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거 같기에

그냥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고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나와서 바로 택시탔어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머리가 깨질 것 같더라구요. 토할 것 같고..

근데 이것마져도 그 귀신때문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제가 더 소름끼쳤어요 그때는..

남친한테 전화해서 지금 누나 만나고 왔는데 알고 있었느냐고 했더니

그거 다 헛소리라고, 우리집에서 신내림 이런거 믿는 사람 하나도 없다고

자기 누나 정신병원 보내려고 했는데 병원에서도 강제입원까지 시킬 소견은 없다고 해서 못한거고

대놓고 나랑 아버지한테 소박 맞아 한 맺힌 할머니 귀신이 붙었다 하는 게 미친거지 뭐겠냐고.

그러면서 진즉에 나와 같이 있는 여자들이 다 그렇게 안좋은 일 생겼을 거면

전 여친들은 다 죽어 없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리고 저랑 사귀는 3년 동안 나쁜일 생긴거 있느냐, 없지 않냐...

오히려 더 좋은데로 이직하고, 금전적으로 더 나아지고... 나쁠거 없지 않았느냐..


근데 머릿속에 갑자기 프러포즈 받던 날이 지나가더라구요.

그날 기념일이라 레스토랑에서 프러포즈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어린애 때문에 핸들을 급하게 꺾어서 빌라 필로티 주차장 기둥을 박았고

남친은 하나도 안다쳤는데 저는 갈비뼈에 골절까지는 아니고 멍이 가서 몇주 치료 받았거든요.

그때가 밤 11시 쯤이었는데 웬 꼬마가 이 시간에 돌아다니나 생각했었는데...

경황이 없어서 그 꼬마가 사고나는거에 멈칫하더니 뛰어가는 것까지만 보고

블랙박스에도 제대로 찍히지 않았었구요.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참 믿기 힘들고 터무니 없는 소리라서

정말로 누나가 정신의학적으로 질환이 있는거라면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한건 아니지만... 남친 누나가 하는 얘기가 절 피폐하게 만든다구요..

그래서 남친이 그날 바로 누나 찾아가서 한바탕 하고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말라고 했어요.

예비 시어머니께서 며칠 뒤에 연락 주셔서는 누나는 아예 이제 다른지방에서 따로 살기로 했다며

본인 신내림 받을 때 도와준 신어머니? 라는 사람이랑 산다 했다구요.

이번달 말에 이사 나간다고... 안들어도 될 소리 듣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남친 누나가 신내림 받던 때부터 이제 이 집에 딸, 누나로 살수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저 낳아주신 은혜로 딸보다는 무당으로서 그 할머니 귀신 떼어놓고 가려고 남아있다 했대요.


그렇게 이제 다시는 볼일 없이 사나보다... 하고 있는데 어저께 저녁에...

아버지가 전화하셔서는 아버지 가게로 오라고 하셨고

갔더니 누나가 앉아 있네요... 보자마자 아버지 가게는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냥 전에 집에 왔을때 얘기하던게 생각나서 이 동네 세차장 몇군데 전화해봤다면서..

너무 어이가 없는 와중인데 아버지한테는 귀신이니 죽니 사니 하는 얘긴 안한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가게에서 데리고 나와서 근처에서 얘기하는데

정말 헤어질 생각 없느냐고 다시 묻길래 진짜 날도 우중충해서 소름은 더 끼치고...

없다고, 안마주치고 살기로 한거 아니었냐고 했더니

알겠다며.. 잘살라고 기도 많이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또 엄청 진심인듯한 그 표정이랑 말투에 알겠다고, 이렇게 연락없이 오시는건 좀 아니라고,

잘 지내시라고 하고 돌아섰어요. 

근데 제 뒤통수에다가 대고... 저한테 관심 받으려고 쇼하다 죽은 귀신은 잡귀니까

금방 제풀에 떨어져 나갈거다. 하고 가는 겁니다...


대학 때 누가봐도 자기 밖에 모르고 애정결핍 심했던 동기가 있었는데

저 좋다고 하면서 사람들한테 마치 제가 지꺼인양 떠들고 다니다가

제가 공개적으로 망신 한번 줬다고 씩씩 거리면서 깽판놔서 과에서 소외당하고

군대가서 관심병사로 낙인 찍혔다가 자살한 애가 있는데... 하... 진짜...

너무 소름끼치고 역겹고 화나고 저희 아버지 세차장까지 수소문해 찾아왔다는게 무서워서

그길로 그냥 남친한테 헤어지자고 한겁니다...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에요 지금 저도.

어제부터 한숨도 못자고... 재택근무 중인데 일도 손에 안잡힙니다...


남친 누나의 저런 말들... 제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건가요?

진짜 신빙성이 있는 말들인가요, 아니면 대충 에둘러 말하는거에 제가 제 인생 가져다가

살을 붙여서 공룡처럼 키우고 있는건가요....

이러다 제 정신이 이상해 질 것 같습니다... 남친이랑 결혼을 하네 안하네가 아니라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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