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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미스테리

[괴담] 사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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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절호조였다.



파칭코에서 2만엔을 딴 것을 시작으로 얼마 전 구입한 복권도 5000엔에 당첨됬고


만원 전철을 탔는데 앞자리 사람이 바로 하차해서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마트에 들렀더니 마침 할인된 스테이크 도시락 마지막 하나를 집을 수 있었고,


일에서도 내 자료를 상사가 칭찬했다. 때문에 내 기분을 절호조였다.


 


그러던 중 저녁 장보기를 끝내고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중이었는데, 딴 눈 파느라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앗"



상대가 나보다 작았기에, 일어서던 상대의 이마가 내 턱을 직격해 꽤 아팠다.


 


"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턱을 어루만지며 상대를 보자 아프로 머리를 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사과하며 엎드리는 것이 보인다.


인간 딱따구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어찌나 흔들어댓는지 얼굴이 잔상만 보일 정도여서 표정도 안보인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나는 그럭저럭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아니요, 저야말로 부주의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사과하면 남자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때 특징적인 입과 마른 뺨이 보였다.


그리고 남자는 한순간 조용해졌는가 하더니 다시 사과하시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워낙 애걸복걸하며 사과하는지라 옆에서 보면 야쿠자에 걸린 일반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 때문에 행인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행인들은 내가 이 남자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오해를 풀기 위해 어떻게든 남자에게 그만 사과해달라고 한다.



"아니, 진짜 이제 괜찮아! 사과 좀 그만 하세요!"



나는 손짓 발짓하며 사과를 멈추려했지만 남자는 계속 사과하며 이젠 무릎까지 끓었다.


남자는 땅바닥에 이마를 기세 좋게 박으며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절규하며, 바닥에 엎드려 사과한다.


'이건 머리의 나사가 날아간 인간이다' 란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더 심해지면 경찰까지 올 거 같아서 눈앞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남자에게서 허둥지둥거리며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멈춰주세요! 나 이제 갈게요! 부딪혀서 죄송해요! 그럼!"


 


쇼핑백을 껴안듯이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가끔 뒤를 돌아봤을때 남성은 그 자리에 머물며 혼자 '죄송합니다!'


라고 소리질러대고 있었다


 


세상에는 참 별난 사람 다 있구나, 하고 나는 한참을 달린 뒤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남자 때문에 한참 우회해 귀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평소보다 갑절의 시간을 들여 귀가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아파트 입구 근처에 그 남자가 서 있던 것이다.


 


어떻게 그 남자가 우리 집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 무릎 꿇기를 본 뒤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몸이 굳었다.


그러자 남자는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마치 애완견처럼 달려와 멋진게 슬라이드하며 엎드렸다.


그리고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사과 열창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진짜 뭐예요? 새로운 종류의 괴롭힘? 용서해주세요".


나는 남자의 진의를 알 수 없어 조금 강한 어조로 따졌다.


 


그것이 상대를 거스른 것인지,


아니면 투쟁심에 불이 붙었는지 남자는 더욱 빠르게 사과의 말을 내뱉으며 이마를 땅바닥에 문지르는 것이다.


 


이 이상 사태를 눈치챈 주위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었따.


한쪽이 내려다보고 한쪽이 무릎 꿇고 사과하는 구도 때문에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고,


불리한 구도 때문에 초조해진 나는 남자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정말 그만해주세요! 이제 알았으니까! 내가 잘못했다고요! 하지마!"


 


대항심도 있고 온 힘을 다해 나도 소리치자 남성의 사과가 멈췄다.



됐다, 사과를 이겨냈다, 라고 내심 우쭐거리는 나.


하지만 고요한 공기 속에서 남성은 손을 짚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나는 무릎 꿇은 남자가 고개를 드는 몸짓을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지켜봤다.


 


고개를 드니 남자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을 저주하고 죽일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미간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주름이 잡혀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다소 격한 사과의 목소리와 일변한 무시무시하고 굵은 목소리로,


 


"사과하는 거겠지. 띨빡아"


 


하고 주위에 들리지 않게 내 귓가에 중얼거리는 것이다.


 


남성의 변모에 뇌내 처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잠시 멍하니 서 있자 남성은 다시 높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다시 반복하며 마치 일진들로부터 도망치는 왕따마냥 앞으로 달려나갔다.


구경꾼들의 시선이 엇갈리는 중심에 남겨진 나는 몇 초 후에 곧바로 정신을 차렸지만 그대로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은 거북해 일단 동네를 한 바퀴를 어슬렁거렸다다.


 


덧붙여서, 그 후에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고, 그 이후로 그 남자와는 마주치지 않았다.


그 남자가 무슨 목적으로 저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목적을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이렇게 절호조였을 나의 하루는 최악의 마무리를 맞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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