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베이컨 – 참견에 대하여
본문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중에 악의를 가지지 않은 자는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
참견하기 좋아하고 태기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질투가 많다. 그것은 타인의 문제를 많이 안다고 할지라도, 그 수고가 모두 자기 자신과 관계되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타인의 운명을 바라봄으로써 일종의 연극을 구경하는 쾌감을 느끼는 것임에 틀림없다.
자기 자신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질투의 자료를 많이 발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질투라고 하는 것은 방랑벽이 있는 감정이어서 거리를 쏘다니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악의가 없는 사람은 없다” 라는 것이다.
질투에 관하여 / 베이컨
여러 가지 감정 가운데서 매혹한다거나 마법에 걸린 다거나 하는 것은 오직 사랑과 질투뿐이다. 그것들은 모두 격렬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것들은 쉽사리 상상이나 암시 속에다가 자기 자신의 윤곽을 짠다. 그리하여 특히 그 대상이 현존하면 쉽사리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그러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매력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는 바로 그 점인 것이다.
우리는 성서에서 질투가 악의(惡意)의 눈(마가복은 7장 22절)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점성가(占星家)는 별의 나쁜 영향을 악의 시좌(視座)1) 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항상 질투의 행위를 눈의 사출(射出)이라든가, 방사(放射)라고 지금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세밀히 탐색을 하는 사람이 말하고 있을 정도지만, 눈의 타격이나 충돌이 가장 해를 끼치는 것은 질투를 받는 쪽이 명예를 얻고 있거나 승리한 상태에 있는 것을 바라볼 때이다.
왜냐하면 이는 질투에다 칼을 달아 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 그때에는 질투를 당하는 사람의 정기(精氣)가 외부로 가장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밀한 탐색은 생략하고 적당한 장소에서 생각해 볼 만하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이 타인을 질투하는 경향이 있는가를 다루어 보기로 하자.
또한 어떤 사람이 가장 질투를 많이 받게 되는가, 그리고 공적인 질투와 사적인 질투와의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등을 알아보자.
자기 자신이 아무런 덕성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타인의 덕성을 질투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은 자기 자신의 선이나 타인의 불행 중, 그 어느 것인가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전자를 갖지 못한 사람은 후자를 먹이로 삼는다. 그리고 타인의 덕성에 도달할 희망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행운을 깍아 내림으로써 대등해지려고 노력한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태기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질투가 많다. 그것은 타인의 문제를 많이 안다고 할지라도, 그 수고가 모두 자기 자신과 관계되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타인의 운명을 바라봄으로써 일종의 연극을 구경하는 쾌감을 느끼는 것임에 틀림없다.
자기 자신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질투의 자료를 많이 발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질투라고 하는 것은 방랑벽이 있는 감정이어서 거리를 쏘다니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악의가 없는 사람은 없다”2)라는 것이다.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은 새로운 인물이 출세하면 시기와 질투가 일어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이 전진하면 자기 자신은 후퇴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불구자, 거세자, 노인, 사생아 등은 질투심이 많다. 자기 자신의 처지를 도저히 개선할 수 없는 그들은 타인의 처지를 해치기 위해 가능한한 무슨 일이든지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함을 가진 사람이 매우 용감하고 영웅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는 예외이다. 그러한 사람은 자기의 본래의 결함을 그 자신의 명예의 일부로 삼으려고 한다. 그것은 거세자나 절름발이가 이런 훌륭한 일을 했다는 말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기적적인 명예를 노리는 것이 된다. 예를 들면 거세자인 나르세스,3) 절름발이였던 아게실라우스,4) 티무르5) 등이 있었다.
재난과 불행을 겪은 다음에 일어선 사람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대에 낙오된 사람이며, 동시에 타인의 재화(災禍)가 자기 자신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다방면에서 탁월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경박(輕薄)과 허영 때문에 항상 질투심이 많다. 왜냐하면 질투거리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여러 가지 일 가운데 그들을 능가하는 사람이 반드시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드리안 황제6)의 성격이기도 하다. 그는 그가 뛰어나고자 원하는 것이라면 시인이고 화가이고 기예가(技藝家)이고 간에 가리지 않고 굉장히 질투 하였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친척이나 직장의 동료나 함께 자란 사람들은 그들의 동배(同輩)의 신분이 높아지면 비교적 상대방의 질투하기 쉽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 자신의 운명을 비난하게 하며, 자기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것 같으며, 그리고 자기의 기억 속에 자주 나타나게 되고, 타인의 주목을 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투는 남의 말이나 평판에 의해서 반드시 몇 배나 더해진다. 카인의 질투가 동생 아벨에 대하여 그토록 비열하고 악의에 찬 것이 된 것은 아벨의 희생이 하나님에 의해서 받아들여지게 되었을 때, 거기에는 아묻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투하기 쉬운 사람들의 문제는 이 정도로 해두자.
많든 적든 질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 관해서 생각해 보면, 우선 월등히 덕성이 높은 사람들은 승진하였을 경우에도 질투받는 일이 비교적 적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운은 그들에게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질투하는 대상은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지나친 보상이나 대금을 받을 때 문제가 된다.
다음으로 질투는 언제나 자기 자신과 비교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비교가 없는 곳에는 질투도 없다. 그러므로 국왕을 질투하는 것은 국왕뿐이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보잘것없는 사람은 처음 들어올 때에 많은 질투를 받지만 뒤에 가서는 이를 잘 극복한다. 반대로 능력이 있고 공적이 있는 사람은 그의 행운이 오래 계속될 경우 가장 많이 질투를 받는다. 왜냐하면 그때까지에는 비록 그의 덕성은 같은 것이라 할지라고 그 광채는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광채를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고귀한 혈통을 가진 사람은 그들의 신분이 높아진다 해도 질투를 받는 일이 비교적 적다. 그것은 그들의 출생에 합당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행운에는 그다지 보태진 것이 없는 것처럼도 생각된다. 질투는 햇볕과 같은 것으로, 둑이나 갑자기 높이 솟은 지면에 부딪쳤을 때가 평지보다도 더욱 뜨겁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점차로 승진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또는 ‘단번에’ 승진하는 사람들보다는 질투를 받는 일이 적다.
명예를 얻는 데 심한 곤란이나 근심이나 위험 등을 함께 겪은 사람은 질투를 받는 일이 비교적 적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명예를 얻기란 고생스러운 것이라 생각하고, 때로는 그들을 측은하게 여길 때가 있다. 그리고 측은함이란 항상 질투심을 풀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교적 깊이가 있고 성실한 정치가들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항상 “아아, 괴롭도다!”라고 읊조리며, 무슨 생활이 이 모양이냐고 탄식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이 진정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질투의 칼날을 무디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억지로 떠맡겨진 일에서나 그렇게 이해되는 것이지, 그들이 스스로 맡은 것에 대해서는 아니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일을 야심적으로 독점하려는 것처럼 질투심을 더하게 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질투를 해소시키는데 있어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비교적 아랫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충분한 권리와 그 지위의 탁월성을 갖게 해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수단에 의해서 자기와 질투와의 사이에 그만큼 두꺼운 장벽을 쌓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질투받기 쉬운 사람들이란, 자기의 행운의 위대함을 오만하게 자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의면적인 허식이나, 모든 반대나 경쟁을 물리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과시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오히려 질투에다 제물을 바친다고나 할까, 자기에게 그다지 관계가 없는 일에 있어서는 때로는 고의적으로 굴복당하는 체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솔직하고 공명정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그것이 오만이나 허영이 아니라면) 교활하게 술책을 쓰는 태도보다는 질투를 덜 받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의 결론을 내리자. 우리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질투의 행위에는 약간 마술적인 요소가 있지만, 마술의 처방 이외에 질투의 처방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마력(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을 움직여서 다른 사람이 짊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높은 사람 가운데서도,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향해서 오는 질투를 벗어나기 위해서 항상 어떤 사람을 반드시 무대에 등장시킨다. 때로는 그것이 대신이나 하인일 경우도 있고, 때로는 동료나 협조자일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과격하고 모험적인 성질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있으며, 그러한 사람들은 권력과 일거리만 갖게 된다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일을 맡는다.
이제 공적인 질투에 관해서 이야기하자. 사적인 질투일 경우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공적인 질투일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이익이 있다. 왜냐하면 공적인 질투는 일종의 패각 추방(貝殼追放)7)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 위대해지면 이를 말살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위대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굴레가 되며, 그들을 한도 내에 가두어 두는 것이 된다.
이러한 공적인 질투는 라틴어로는 ‘악’이라는 뜻이면, 현대어에서는 ‘불만’이라 한다. 이것에 관해서는 폭동을 다룰 때에 설명하기로 하겠다. 그것은 국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병이며, 전염병과 흡사하다. 왜냐하면 전염병은 건전한 사람에게도 퍼져서 그것을 오염(汚染)케 하는 것처럼, 질투가 한번 국가의 내부에 침투하기만 하면, 국가의 가장 건전한 활동마저도 비방하여 그것을 악취가 나는 것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섞는다고 하더라도 거의 얻는 바가 없다. 그것은 약점과 질투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줄 뿐으로 그만큼 더 많은 해를 주는 것이 된다. 그것은 보통 전염에서 보는 것과 흡사하여, 만약에 그것을 두려워하면 도리어 더 빨리 찾아오게 된다.
이 공적인 질투는 국왕이나 국가 자체보다는 주로 관리나 대신들을 후려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신에 대한 질투가 강하고, 그가 그것을 받아야 할 이유가 적은 경우라든지, 또는 그 질투가 한 국가의 모든 대신들에게 전체적으로 향해지고 있을 경우에는 그 질투는(숨은 것이라 할지라도) 사실은 국가 자체에 향해지고 있는 것이다. 공적인 질투나 불만, 그리고 이미 최초에 다룬 사적인 질투와의 차이에 관해서는 이쯤 해두기로 하자.
다음은 일반적인 질투의 감정에 관해서 부언해 둔다. 질투는 다른 모든 감정 가운데서 가장 끈덕지고 지속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감정은 가끔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따라서 “질투는 휴일이 없다”는 말은 과연 명구(名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항상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과 질투는 사람을 수척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지적되고 있다. 다른 감정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다른 감정들은 그만큼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질투는 또한 가장 비열하고 타락된 감정이다. 그것은 악마의 고유한 특성이다. “사람들이 잠자는 동안에 밀밭에 가라지를 뿌리는 질투 많은 사람”8)이라고 불리고,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인데, 질투의 작용은 미묘하여 밤중에 행해지며 보리와 같이 좋은 것에 해를 주게 된다.
1) 중세 점성학의 용어로 특정한 시기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천체의 상대적인 위치를 가리킨다.
2) 로마의 극작가, 부라우투스 <스티코스>1․3․54.
3) 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의 장군(478?~573?). 북고트족을 토벌해서 무공을 세웠으나, 원래 노예출신이었기 때문에 거세되어 있었다.
4) 스파르타의 왕(제위 B.C,399~361)
5) 티무르 왕조의 개조(開祖)(1336~1405). 칭기즈칸의 후예로 달단인의 왕이 되어 모스크바와 델리까지 널리 정복하였다. 절름발이 티무르라고 불리었다.
6) 로마 황제(제위 117~138). 자신도 학예를 좋아하여 문예의 부흥을 적극 지원하였으나 신하들 가운데 자기보다 훌륭한 자가 있으면 몹시 질투하였다고 한다.
7) 옛날 그리스에서 자주 행해진 것인데, 국가에 잘못한 고관이나 장군들을 인민의 투표에 의해서 국외로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위험 인물을 추방할 때, 재판을 하지 않고 질그릇 조각이나 조개껍질로 투표한 데서 유래하였다.
8) <마태복음>13장15절. 단 《성서》에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 아니고 ‘원수’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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