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전설] 대나무숲의 요괴 홍난삼녀

본문
홍난삼녀는 대나무숲에서 출몰하는 여성형 요괴로 붉은 난삼을 입고 있으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는 요괴다.
주로 비가 오는 날에 나타나는데, 빠르게 달리거나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잘 해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재빠르게 도망친다고 한다.
용재총화에 수록된 이야기를 보면
나의 외삼촌 안공은 성질이 엄하고 굳세어 12주 현을 역임하였으나 추호도 남의 것을 범한 일이 없으니, 관리들은 두려워하고 백성들은 따랐다.
또 귀신의 형체를 잘 보았는데 일찍이 임천(林川) 군수가 되었다.
(중략) 하루는 하늘이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공이 변소에 가게 되어 아이 종이 촛불을 받들고 앞을 인도하는데,
대나무숲 속에 한 여자가 붉은 난삼(襴衫)을 입고 머리를 풀고 앉아 있기에 공이 곧장 그 앞으로 가니 여자가 담을 넘어 달아났다.
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있다.
그리고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모아보면 좀 더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홍난삼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맑은 부슬비가 이틀 연속으로 내렸다고 한다. 이틀 동안의 부슬비에 땅이 충분이 적셔졌을 때, 그 위에 있던 아주 큰 대나무가 쩍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홍난삼녀가 나왔다. 뭐 태생이 요괴니 신기할 건 없을지 몰라도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걸을 줄을 알았는데, 다음날이 되자 뛰어다녔고 태어난지 사흘째가 되는 날에는 아주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게 되었다
홍난삼녀는 그 뒤로도 본인이 태어난 대나무숲을 한참이나 쏘다녔는데 이렇게보면 어릴때 본인의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은 요괴 아이와 인간 아이, 둘 다 비슷한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한참을 대나무 사이를 걷고, 타고, 뛰고 있을 때 한 스님이 대나무숲에 들어오는 사건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스님의 이름이나 소속은 알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홍난삼녀와 이 스님의 관계가 꽤나 돈독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홍난삼녀의 뜻에 대해 잠시 알아보고 가자.
사실 홍난삼녀는 조선 중종 20년에 '성현'이 간행한 『용재총화』라는 책에서 처음 쓰인 말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하루는 하늘이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공이 변소에 가게 되어 아이 종이 촛불을 받들고 앞을 인도하는데, 대나무숲 속에 한 여자가 붉은 난삼(襴衫)을 입고 머리를 풀고 앉아 있기에 공이 곧장 그 앞으로 가니 여자가 담을 넘어 달아났다.』
즉 처음 발견 당시 붉은 난삼(난삼이란 남자 선비가 입고 다니던 옷들 중 하나)을 입고 있어, 붉은 난삼을 입고있는 여자 '홍난삼녀'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그녀가 태어나고 아주 한참 뒤의 이야기이며 또 당연히 본래 이름은 따로 있는데, 이 이름을 지어준 것이 바로 대나무숲에 들어왔던 스님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자신 이외의 생명체를 처음본 홍난삼녀는 신이나서 스님을 놀래켜주려 달려갔다. 대나무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의 모습에 스님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은 이 작고 귀여운 아이가 요괴라는 것을 알아챘다.
비록 요괴이긴하나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악한 마음을 지니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주변에 보호자라고 할 만한 생명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스님은 그순간부터 홍난삼녀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처했는데, 이때가 바로 홍난삼녀가 사람과 가까이 지내자고 마음 먹었던 순간이었다.
처음 스님이 홍난삼녀를 만난 그 날, 스님은 그녀를 본인의 절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몇 번이나 시도해도 홍난삼녀 만은 대나무숲을 벗어날 수 없었다.
때문에 이틀에 한 번씩 홍난삼녀에게 찾아와 옷가지나 간식, 한자 등을 알려주는 식으로 그녀를 돌봐왔다.
( 특정 구역에서 태어난 요괴는 몸 안에 요력이 어느 정도 쌓이지 않으면 해당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요력을 쌓는 방법 중 하나는, 그저 살아가는 것인데, 요괴로 태어나 삶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자연에 의해 몸 안에 요력이 누적되며 이 요력이 더 쌓이게 되면 도력이 되어 선인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
그렇게 한 달, 일 년, 삼 년.
수많은 겨울을 지내고 수많은 봄을 맞았을 즈음
대나무숲에도 새로운 생명들이 찾아왔는데,
아침엔 새가 지저귀었으며 햇빛을 품은 각종 꽃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스님은 더이상 홍난삼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바로 인간의 수명이었다. 요괴인 홍난삼녀의 시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간인 스님의 시간. 바로 그 차이가 둘을 갈라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아직 어린 소녀가 어찌 알 수 있을까. 소녀는 혹시나 스님이 자기를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스님이 자기를 찾을 때에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옷을 짐승의 피로 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빨간색 옷을 고집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물론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 홍난삼녀의 갖은 노력에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찾아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홍난삼녀는 점점 더 지쳐갔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혹시 이제 자기가 귀찮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홍난삼녀는 옷을 더 빨갛게 만들며 더 높이, 더더욱 높이 뛰어 스님이 자기를 찾을 때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노력할 뿐이었다.
결국 홍난삼녀가 태어난 날처럼 부슬비가 내리던 날, 홍난삼녀는 스님을 기다리는 것을 관두고, 스님을 직접 찾으러 나가기로 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명상과 빨리 달리기, 높이 뛰기 등을 하며 체내에 요력을 쌓는 속도를 높이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또 한참의 세월이 흘러 홍난삼녀가 결국 대나무숲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스님이 살던 시대와는 너무 많이 멀어져 있었다.
결국 어떻게 보면 세상에 나오자 말자 나이많은 고승의 가르침을 받아 어느정도 선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외로움을 잘 느끼는 그런 요괴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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